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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누 드 / 마네 '올랭피아'
한마음   [누리집] 2011-03-23 04:45:16, 조회:1,390, 추천:16
      한편 같은 1863년,카바넬(A. Cabanel,1823~1889)에 의해 '비너스의 탄생' (참고도판 참조)이 그려졌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겐 올랭피아보다는 비너스가 훨씬 몸매가 늘씬하고 피부도 매끈해 보이며 성적 매력이 강하게 느껴져 온다. 게다가 비너스가 이마를 가린 오른 팔 아래로 우리에게 보내는 그녀의 고혹적인 눈길을 보라.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있겠는가?(대체 이 취향의 가벼움은 어디서 온 건가? 술집에서 머뭇거리며 넘겨보던 '시원 소주' 달력 광고 사진의 누드모델에서 비롯함이 분명하다. '에로틱'과는 거리 먼 누드 1865년 '올랭피아'가 살롱에 처음 전시되었을 때 세간의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고 비평가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반면 '비너스의 탄생'은 나폴레옹 3세에 의해 비싼 값에 구입되었고, 1867년 파리의 만국 박람회 때는 프랑스 문화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전시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미술사는 주저 없이 '올랭피아'를 훨씬 더 중요한 그림으로 평가하며 지금도 그 의미를 새롭게 되새긴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의문을 나폴레옹 3세나 나의 속물 취향 탓으로만 돌릴 수 없어 보인다. 먼저 '올랭피아'는 르네상스 이래 그때까지 거의 최초로 현실의 환경 속에 놓여 있는 실제의 여성을 누드로서 표현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까지,아니 '올랭피아'가 그려지던 당시에도 누드화에는 신화 속의 인물들이,그것도 이상적인 나체들로 그려져야 했으며,에로틱한 느낌이 물씬물씬 풍겨나야 했다. 그런데 마네는 이런 관습을 거부하고 현실 속에서 실제 만날 수 있는 여성의 벗은 몸을 들이 밀어 누드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모델이 창녀임을 당당히 드러내다 하지만 더 큰 소동은 이 여성이 창녀라는 데 있었다. '올랭피아'는 당시 창녀들 사이에 유행하던 이름의 하나였고,벨벳 끈 목걸이 역시 당시 무희나 창녀들이 애용하던 장식이었다.그 뿐만 아니다. 머리에 커다란 붉은 꽃을 꽂은 것 하며 손으로 음부를 가린 모습에다, 당시 자유분방함과 난교를 시사하는 검은 고양이를 화면 가장자리에 배치해 둔 것을 보면 화가는 그림의 여인이 창녀라는 것을 굳이 의도적으로 강조한 듯 하다. 다시 그림을 보자. 흑인 하녀가 고객이 보낸 듯한 꽃다발을 들고 올랭피아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핀다. 그녀는 머리를 반듯하게 세우고선 차갑고 도도한 시선으로 화면 밖의 방문자인 자신의 고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그 고객은 또한 당시 파리의 귀족들과 부유한 시민들이기도 했다. 어쩜 저렇게 냉소적인 시선을 그들은 '올랭피아'에 이중으로 불쾌하였고 분노하였다. 먼저 아무리 누드라 할지라도 자신들과는 계층이 현격한 창녀의 있는 그대로의 벗은 몸을 감상한다는 건 어딘가 찜찜하고 불편하였다. 게다가 그녀의 눈초리는 다소곳하거나 애교스럽기는커녕 자신들과의 대등함을 넘어 오히려 위압적이고 냉소적이기까지 하니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을 거북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건 그림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게끔 하며,매춘의 의미가 무엇인지 직시하게 한 데 있었다. 1860년대 파리에는 인구 100만 명당 3만 5천 명 가량의 매춘부가 등록 되어 있었다. 당시 프랑스에는 공창제도가 있어 이 정도의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파리에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여러 등급의 매춘부들이 활동하고 있었고,그 가운데 상당수는 등록이 되지 않아 전체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연히 매춘에 대한 남성들의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고,매춘이 도시의 일상적인 사건이었음을 뜻한다. 마네는 이 공공연한 일상의 비밀을 '올랭피아'를 통해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였다. 결국 파리의 시민들도 자신이 '올랭피아'의 관람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매춘산업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불쾌감 속에서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끝으로 올랭피아의 팔찌에 달려 있는 조그만 둥근 부착물은 로켓(locket)이다. 이것은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다른 파트너가 있음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관람자이자 고객인 남성은 그녀에게 돈을 지불하고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올랭피아는 애써 억지 미소를 지을지 모르겠으나 이내 표정은 일그러지고 괴로워할 것이다. 사실 그녀와 고객 사이에 성과 돈의 매매관계 외에 개입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올랭피아의 저 냉소적이고 쏘는 듯한 시선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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