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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리 로랑생 '옆으로 누운 나
한마음   [누리집] 2010-08-31 07:56:00, 조회:1,437, 추천:37
    
     
    
     
    "손이 왜 있는지 아니?" 그 아이가 물었다.
    질문이 날카로운 아이라 섣불리 대답하면 깨질터였다.
    기똥찬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만에 그 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내 손을 잡았다.
    더운 손이었다.
    "손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주잡기 위해서 있는 거야."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는데 만난 지 6개월쯤 된 그날 처음,어색하게 
    손을 맞잡았다.
    그 아이는 질투가 심했다.
    "내 신은 질투하는 신이야."
    어느 날,카키색 남방셔츠의 맨 윗 단추를 풀고 나갔다.
    그 아이의 눈이 흔들렸다.
    버스 안에서 그 아이가 재빨리 내 단추를 여며주었다.
    "다른 사람에겐 네 하얀 목덜미를 보여주지 마."
    질투 때문에 싸우다 우리는 헤어졌다.
    
    한때,내 십팔번 노래는 '세월이 가면'이었다. 아폴리네르의 묵은 
    가사가 생각나는 노래였다.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내린다.
    /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옴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아폴리네르가 애인 로랑생과 헤어진 후에 쓴 시다.
    
    이 그림 '옆으로 누운 나부'(1940년대 작,38×46cm,유채,개인소장)는 
    내 십팔번 노래와 '미라보 다리'를 생각나게 한다.
    두 사람은 1905년에 피카소를 비롯한 전위적 화가와 시인들이 가난한 
    공동생활을 하던 바토 라부아르에서 만난다.
    둘 다 사생아였다.
    그들은 곧장 사랑에 빠진다. 그 시기 두 사람 모두 예술적 재능이 만개한 
    영광과 명성의 절정기였다.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은 5년의 연애 끝에 투닥거리다 이별을 맞는다.
    로랑생이 돌연 독일인과 결혼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독일인으로 국적이 바뀐 로랑생은 유랑자가 되고 '미라보 다리'를 뒤로
     한 아폴리네르는 전쟁 중에 세상을 떠난다.
    그녀가 마침내 귀국을 허락받게 된 것은 1920년,그녀의 나이 37세되던 해다.
    
    그 이듬해 독일인 남편과도 이혼한다. 그녀는 이후 73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또 다른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죽음보다 더 불행한 것은 잊혀짐 '옆으로 누운 나부'는 로랑생 만년의 작품이다.
    
    그녀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상을 줄기차게 그렸지만 누드화는 몇 점뿐이다.
    기실 그녀의 누드화도 옷을 입은 그림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그림 '옆으로 누운 나부'도 누드 자체를 두드러지게 그린 것이 아니다.
    
    나신을 감싸고 있는 천과 배경색인 핑크,블루,적색,그린 등의 색채가 어우러진 
    심플한 구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심한 흔적을 감추고 솜뭉치처럼 가볍고 쉽게 그려진 듯 보이게 하는 파스텔 풍
    색채도 자연스럽다.
    유채의 두터운 질감 위에 흰색을 올려서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 같은 느낌. 
    이 부분은 더 지우고 저 부분은 남기는 식이 좀 자의적이긴 하나 그런 자유로움이 
    오히려 색채를 무언가 몽환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로 이끈다.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여자의 크고 까만 눈과 파스텔톤의 보라색감 때문일까. 
    '옆으로 누운 나부'를 보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죽음보다도 더 불행한 것은 바로 잊혀지는 것'이라고 한 그녀의 시와,
    나는 너의 아폴리네르/ 이 미라보다리 아래/ 마르지 않는 그 강물은 
    흐르는데'라고 노래한 아폴리네르의 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로 시작되는 
    내 십팔번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가을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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